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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인민회의 결과 분석과 전망 |
[2010-06-15] |
| 번호 : 30 |
작성자 : 운영자 |
조회수 : 1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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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현 준 (북한인권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
북한은 6월 7일 최고인민회의 제12기 3차 회의를 열어 새 내각 총리에 최영림을 임명하는 등 내각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또 장성택 국방위원회 위원(노동당 행정부장 겸직)을 부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이것은 천안함사태와 관련해 강력한 입장 표명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는 것으로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국내정치 문제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금번 인사의 특징은 크게 최영림의 내각 총리기용에서 보듯이 매우 보수적이고 안정인 방향을 택했다는 점과 ‘김정은의 후견인’인 장성택의 국방위 부위원장 등용에서 보듯이 후계구도의 안착에 방점을 두었다는 점 등이다.
관심을 모은 국방위원회 개편은 장성택 위원을 부위원장으로 승진시키는데 그치고, 새로운 국방위원의 보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미 사실상 2인자였던 장성택 행정부장은 지난해 4월 최고인민회의 제12기 1차회의에서 국방위 위원으로 선출된 데 이어 1년 2개월 만에 부위원장으로 승진함으로써 2인자 자리를 확고히 다졌다. 그의 임명은 김정일 위원장이 2008년 8월 이후 중병에 시달리는 과정에서 장성택이 ‘야심’을 품지 않고 묵묵히 국정을 잘 수행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야심가’는 김정일의 신임을 절대로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장성택의 부위원장 승진으로 국방위원회는 대외활동이 없는 조명록 제1부위원장 외에 김영춘, 이용무, 오극렬 부위원장 등 4명의 부위원장이 역할을 분담하는 모양새를
띄게 됐다.
당 행정부장을 겸임하고 있는 장성택은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 검찰소, 재판소에 대한 당적 지도를 관철하는 공안 분야 책임자로서, 국가 최고 기관인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까지 겸임함으로써 누구도 따라가기 힘든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됐다.
최근 리용철, 리제강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잇따라 사망한 뒤 장성택과 견줄만한 인물이나 세력이 없는 조건에서 당분간 ‘2인자 장성택’의 역할이 더욱 돋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장성택 부위원장은 노동당과 국방위원회를 연결하는 통로역할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09년 6월 약 6년 만에 공개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김경희 노동당 경공업부장이 올해 들어서도 김정일 위원장의 현지지도에 빠짐없이 수행하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장성택-김경희 부부가 사실상 노동당을 경제(김경희), 공안 및 인사(장성택)로 양분해 관장하고 있는 듯한 구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장성택-김경희 부부를 내세워 기본적으로 화폐개혁 이후 틀어진 민심을 수습하고 안정적으로 후계구도를 추진하겠다는 포석인 것이다.
김경희는 지난해 화폐개혁 이후 경제혼란이 발생하자 북한 전역을 돌아다니며 민심을 파악하고 지방간부들에 대한 검열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지난 ‘박남기 처형’에 관여한 것에 이어 이번 내각 개편에 김경희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에 근무하면서 신진 간부 기용 등 중요 정책에 깊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후계자 김정은의 역할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김경희-장성택 부부가 김정은 후계체제 확립에 강력한 ‘후견자’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올해 단행된 노동당 인사와 이번 내각의 개편, 장성택의 국방위 부위원장 임명 등도 궁극적으로 안정적 후계체제 수립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관심은 김정은이 언제 국방위원에 진입하느냐 혹은 어느 시점에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에 임명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할 것이다. 김영일 내각 총리 ‘소환’이 당중앙위 정치국의 제의로 이루어졌다는 측면에서 노동당의 위상이 강화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과 함께 김
정은의 당내 지위 문제도 관심의 대상이 될 것이다.
금번 내각 인사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뤄진 조선노동당의 일부 간부들에 대한 인사에 이은 후속조치로 분석된다. 북한은 올해 들어 당의 핵심 경제부서인 계획재정부, 재정경리부, 39호실의 책임자를 교체했고, 공석이던 국제부장에 김영일 외무성 부상을 임명했다. 또 리광근 전 무역상을 통일전선부 부부장에 임명하는 등 그동안 공석으로 있던 자리를 비롯해 노동당 중앙당 과장급, 부부장급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4월 9일 열렸던 최고인민회의 제12기 2차 회의에는 불참했으나 약 두 달 만에 다시 소집된 이번 회의에는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관심을 모았던 후계자 김정은에 대한 공직 임명,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대남 조치,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 후속 경제입법, 헌법 개정 등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제12기 3차 회의에서는 순수하게 인사와 조직문제만 취급한 셈이다.
내각 인사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총리의 교체와 부총리의 대폭 보강이다. 북한은 지난해 단행한 화폐교환이후 나타난 혼란의 책임을 물어 김영일 총리를 ‘소환’하고 최영림 평양시 당 책임비서를 신임 총리로 선출했다. 또 내각 부총리였던 곽범기‧오수용‧박명선 3명을 ‘소환’하고, 강능수 노동당 영화부장과 김락희 황해남도 당 책임비서, 리태남 평안남도 당 책임비서, 전하철 당 중앙위 위원 4명을 새로 부총리에 임명했다. 조병주 기계공업상과 한광복 전자공업상은 내각 부총리를 겸임토록 했다. 종전의 내각 부총리 5명 가운데 로두철, 박수길 2명은 유임됐다. 이로써 내각 부총리는 5명에서 8명으로 늘어났다. 이밖에 안정수 가 경공업상에, 조영철 식료일용공업성 국장이 식료일용공업상에, 박명철 국방위 참사가 체육상에 임명되고, 전임인 리주오 경공업상과 정연과 식료일용공업상, 박학선 체육지도위원장은 해임됐다.
이번 내각 인사에서는 최영림, 전하철 등 김일성 주석 서기실 (금수산의사당 서기실) 책임서기 출신이 각각 총리와 부총리에 임명된 것, 리태남, 김락희 등 도당책임비서가 부총리에 기용된 것이 주목된다. 경제 재건을 책임진 내각의 책임성과 역할을 높이고, 흐트러진 지방 민심을 제대로 읽고 반영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경제 건설이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는 상징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감지된다. 특히 내각 인사만 놓고 보면 ‘개혁과 개방’보다는 자력갱생노선에 입각해 계획경제를 복원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판단된다.
2009년 6월에 나온 ‘6.25담화’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전체 인민이 강성대국건설을 위한 새로운 대고조에서 자력갱생 간고분투의 정신력을 높이 발휘하여야 한다”며 “제힘이 제일이고 자력갱생이 제일이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담화의 핵심은 북한이 자력갱생노선을 고수하면서 계획경제를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선이 이번 내각 개편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곽범기‧오수용부총리의 퇴진과 조병주‧한광복의 부총리 승격은 세대교체의 성격을 띠고 있다. 최근 북한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빈번하게 현지지도하고, 강조한 기계공업과 전자공업분야의 성과에 대한 보상이란 측면도 있는 듯하다. 즉 북한의 내각 개편은 2010년 경제목표 달성을 위한 검증된 원로인사의 전면배치, 일부 고위관료의 세대교체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된 것이다.
그러나 대북경제 제재가 계속되고 있고, 북중경제협력의 성과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최영림 총리 주도의 새로운 내각이 경제활성화에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국가개발은행 설립 등 국방위원회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해외투자 유치도 아직까지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에 개편된 내각이 ‘과도내각’이 될 것인지 아니면 장수할 것인지는 북한 경제문제 해결과 대중 및 대남 경제 관계 개선 여부에 따라 달라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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